- 한기총 107주년 3.1절 메시지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실 뿐 아니라 역사 가운데 동행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우리는 1919년 3월, 민족의 가슴에 타올랐던 3.1독립만세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며, 그 근간이 되었던 애국애족(愛國愛族)의 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 가운데 다시 살아 움직이기를 소망한다.
3.1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하나 됨’의 힘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더 큰 가치 앞에서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연합했다. 애국애족은 상대를 배제하는 배타적 구호가 아니라, 더 큰 공동선을 위해 기꺼이 손을 맞잡는 용기이며, 나의 주장보다 공동체의 미래를 앞세우는 책임 있는 태도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은 깊은 분열과 갈등의 현실 속에 놓여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은 일상이 되었고, 상대를 향한 존중과 경청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흑백논리와 진영논리가 공동체를 갈라놓고, 정치의 갈등은 국민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3.1정신의 본질인 연합과 절제, 희생과 책임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애국애족의 정신은 과거의 역사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며,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민족을 사랑한다는 것은 세대와 지역, 이념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섬기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다른 이를 향한 배려와 인내, 그리고 공동선을 위한 헌신으로 구체화된다.
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제107주년 3.1절을 맞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일제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신앙과 민족을 지켜온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신앙 전통을 계승해 나갈 것이다. 또한, 분열을 조장하는 언어 대신 화해를 이루는 말을 선택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행동 대신 섬김과 희생의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3.1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다.
둘째, 일본의 독도에 대한 역사 왜곡과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대한 침묵은 한일 간의 진정한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죄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참회와 진실 위에 세워진 신뢰만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셋째, 모든 침략전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하루속히 평화가 회복되기를 촉구한다. 침략전쟁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의 갈등과 대립 역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넷째, 북한은 미사일 도발과 핵무기 개발로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무력 증강은 강 대 강의 대결 구도만 심화시킬 뿐이다. 대한민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나아가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마련해 가기를 촉구한다.
다섯째, 여야 정치권은 이념 대립보다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 권력을 위한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 존재하는 아픔과 어려움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태도를 단호히 배척하고, 여야가 힘을 합쳐 국민이 실질적인 자유와 안전,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제107주년 3.1절을 맞는 오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3.1운동의 애국애족 정신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살아 있는 가치로 되살려, 분열을 넘어 연합으로, 갈등을 넘어 화해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이루는 데 앞장설 것이다. 그것이 순국선열들의 희생에 대한 오늘 우리의 응답이며, 다음 세대를 향한 책임 있는 약속이다.
2026년 3월 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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