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번째 박병길 『우리는 영원히 하나』시집
- 영원으로 수렴하는 하나 됨의 시학
42번째 박병길 『우리는 영원히 하나』시집
이준영 (시인, 문학평론가)
42번째 박병길 시인의 시집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제목에서부터 시집 전체의 신학적·문학적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우리”, “영원”, “하나”라는 세 단어는 이 시집의 중심축이다. “우리”는 관계의 언어이고, “영원”은 시간의 언어이며, “하나”는 존재의 언어이다. 이 세 단어가 한 문장 안에 놓일 때, 시집은 단순한 종교적 위로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의 최종 귀착점에 관한 시적 사유로 확장된다. 다시 말해 이 시집은 흩어진 인간이 어디로 돌아가는가, 거짓과 욕망으로 기울어진 삶이 어떤 길을 통해 회복되는가,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관계의 궁극적 형식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 시집에서 “하나 됨”은 단순한 화합의 정서가 아니다. 그것은 분열된 세계에 대한 시인의 신앙적 응답이며, 세속적 단절을 넘어서는 종말론적 상상력이다. 인간은 땅 위에서 다투고 속이며 흩어지지만, 시인은 그 모든 현실을 하나님의 영원 안에서 다시 수렴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히 하나』의 시세계는 현실 도피적 낙관이 아니라, 현실의 균열을 정확히 감지한 뒤 그 균열 너머의 영원한 질서를 바라보는 신앙 서정의 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1. 표제어의 시학 : “우리”, “영원”, “하나”
시집의 제목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작품 전체를 해석하는 열쇠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한 복수 대명사가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공동체적 감각을 드러내는 근본 어휘이다. 시인은 고립된 개인의 내면을 노래하기보다, 인간이 서로 맺고 풀며 다시 맺어야 하는 관계의 장을 노래한다. “나”보다 “우리”가 앞서는 세계, 사적 감정보다 공동체적 귀속이 우선하는 세계가 이 시집의 정서적 토대이다.
그러나 이 “우리”는 현실 속에서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시집 곳곳에는 겉과 속이 다른 마음, 돈으로 부딪치는 관계, 거짓과 숨김, 욕망과 두 마음, 상실과 외로움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것은 시인이 인간 현실을 단순히 아름답게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시인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둘로 갈라지고, 얼마나 자주 자기 마음 안에서도 분열되는지를 알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영원히 하나”라는 선언은 이미 하나인 상태의 묘사가 아니라, 아직 하나 되지 못한 현실을 향한 예언적 선포에 가깝다.
“영원”이라는 시어 역시 중요하다. 이 시집에서 영원은 막연한 시간의 무한 연장이 아니다. 영원은 하나님 안에서 완성되는 생명의 시간이다. 시인의 시간 의식은 오늘, 내일, 그날, 영원이라는 네 층위로 움직인다. “오늘”은 신앙적 결단의 자리이고, “내일”은 인간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이며, “그날”은 죽음과 심판과 귀향의 문턱이고, “영원”은 모든 분리와 헤어짐이 사라지는 완성의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면서도 끝내 수직적으로 열린다. 땅의 시간은 하늘의 시간으로 들어가며, 지구여행은 본향의 영원으로 이어진다.
“하나”는 이 시집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론적 시어이다. 시인은 우주가 하나이고, 하늘과 땅이 하나이며, 주 안에서 인간이 하나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하나 됨은 차이를 지우는 동일화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님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통합이다. 시집 속 하나 됨은 관계의 완성이고, 진실의 회복이며, 죽음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구원의 이미지이다.
2. 구조의 흐름 : 하나 됨에서 지구여행의 마침까지
『우리는 영원히 하나』의 구성은 단순한 시편 배열이 아니라 하나의 신앙적 여정으로 읽힌다.
제1장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시집 전체의 신학적 선언에 해당한다. 이 장에서 시인은 하나 됨, 돈, 죽음, 영원, 주 안의 만남을 함께 배치한다. 흥미로운 점은 표제 장 안에 이미 시집 전체의 주요 주제가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 됨을 말하면서도 시인은 곧바로 돈의 문제, 겉과 속의 불일치, 죽음의 현실을 다룬다. 이것은 하나 됨이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검증되어야 하는 가치임을 보여준다.
제2장 「우주가 하나인데」는 시적 시야를 개인과 공동체에서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우주가 하나인데”라는 인식은 인간의 다툼을 상대화한다. 시인은 지구의 갈등을 우주적 질서 앞에 세움으로써 인간의 욕망과 분열이 얼마나 작고 덧없는지를 드러낸다. 이 장에서 중요한 것은 ‘거리’의 문제이다. 먼 사람과 가까운 사람, 땅의 문제와 위의 답, 속임과 진실, 밀알과 침묵, 광고의 미소와 그늘진 곳의 외로움이 대비된다. 시인은 눈앞의 관계와 세속의 풍경을 우주의 질서와 하늘의 답 앞에서 다시 읽는다.
제3장 「삶 속에서 크는 열매」는 신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증명되는가를 묻는다. 이 장의 핵심 이미지는 씨앗, 뿌리, 꽃, 잎, 열매이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믿음이 삶으로 나타나고, 숨어 있는 사랑이 손끝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때 믿음은 내면에 갇힌 감정이 아니라 삶의 열매로 나타나는 실천적 능력이다. 시인의 관심은 신앙의 추상적 고백보다 신앙의 생활화에 있다. “삶 속에서 크는 열매”라는 표현은 이 시집의 윤리적 방향을 잘 보여준다. 신앙은 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로 증명된다.
제4장 「진실하면 된다」는 시집의 윤리적 중심부이다. 앞선 장들에서 반복되던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이 장에서 전면화된다. 이 장은 시집 전체의 도덕적 심장처럼 기능한다. “진실하면 된다”는 문장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단순성 안에 시인의 평생 신앙과 삶의 판단 기준이 응축되어 있다. 시인은 진실을 삶의 장식이 아니라 생명의 조건으로 본다. 속임은 어둠이고 거짓은 죽음이다. 따라서 진실은 윤리적 선택이기 이전에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존재론적 경계가 된다.
제5장 「얕은가 깊은가」는 인간 삶의 깊이를 묻는 장이다. 입이 무거운가 가벼운가, 마음이 넓은가 좁은가, 삶이 얕은가 깊은가, 영원이 밝은가 어두운가를 묻는 방식은 일종의 영적 자기 점검이다. 이 장에서 시인은 소유, 기대어 삶, 거짓 성장, 가짜 행복, 두 마음, 보호목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이 어디에 기대고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를 성찰한다. 특히 「보호목」은 이 시집의 이미지 사용이 얼마나 소박하면서도 의미심장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호목은 나무가 뿌리내릴 때까지 곁에 있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이것은 참된 섬김의 구조를 상징한다. 드러나는 중심이 아니라, 타자가 설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주는 주변의 윤리이다.
제6장 「경험할 수 없는 그 길」은 인생의 일회성과 미지성을 다룬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내일을 미리 살아볼 수 없다. 인생은 일방통행이고, 죽음은 경험 이전에 다가오는 길이다. 이 장에서 시인은 헛삶, 끝자리, 가을, 먼지, 강도, 선악과, 울음소리, 영아의 언어, 태양의 미소 등을 통해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생애를 압축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인이 죽음을 말하면서도 탄생의 울음소리를 함께 배치한다는 점이다. 탄생의 울음과 죽음의 곡소리는 서로 다른 소리처럼 보이지만, 시집 안에서는 하나의 생명 곡선을 이룬다. 울음으로 시작한 인간은 말없이 떠나고, 그 침묵 너머에서 영원의 소망을 바라본다.
제7장 「지구여행 마치고」는 시집의 결론부에 해당한다. 여기서 시인은 인생을 “지구여행”으로 명명한다. 이 표현은 시집 전체의 생사관을 매우 선명하게 보여준다. 인생은 소유의 장이 아니라 여행의 시간이다. 여행자는 머물지만 소유하지 않고, 지나가지만 흔적을 남기며, 결국 본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시인은 죽음을 파멸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제1막이 내려오는 순간이며, 본향을 향해 돌아가는 출발이다. 이 마지막 장에서 감사, 지혜, 사람의 귀함, 시간의 의미, 바르게 걷는 삶이 다시 강조된다. 시집은 결국 “하나 됨”으로 시작하여 “본향”으로 귀결된다.
3. 반복의 미학 : 설교적 리듬과 기도문적 호흡
박병길 시의 형식적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반복이다. 같은 단어와 문장 구조가 여러 작품에서 되풀이된다. “진실”, “거짓”, “속임”, “숨소리”, “오늘”, “그날”, “하나”, “감사”, “세월”, “인생” 같은 시어들은 시집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울린다. 이러한 반복은 단순한 어휘 습관이 아니라 시적 리듬을 만드는 핵심 장치이다.
그의 반복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반복은 신앙적 확신을 강화한다. “진실하면 된다”, “감사하며”, “하나 되어”, “바르게 걸어가자” 같은 문장들은 여러 차례 되풀이되면서 권면의 힘을 얻는다. 이것은 설교적 리듬과 닮아 있다. 시인은 독자에게 미묘한 감정의 결을 보여주기보다, 삶의 방향을 반복해서 일러준다. 그 결과 그의 시는 조용한 묵상과 공개적 권면 사이에 놓인다.
둘째, 반복은 영적 자기 점검의 형식을 만든다. 「얕은가 깊은가」에서 보이는 질문형 반복은 독자를 판단의 자리로 밀어붙이지 않고 성찰의 자리로 초대한다. 무거운가 가벼운가, 넓은가 좁은가, 얕은가 깊은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대립쌍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인은 독자에게 특정한 결론을 강요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한다.
셋째, 반복은 시집 전체를 하나의 긴 기도문처럼 만든다. 박병길의 시는 한 편 한 편 독립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긴 기도와 고백의 일부처럼 읽힌다. 반복되는 시어들은 장과 장 사이를 연결하고, 개별 시편들을 하나의 신앙적 호흡으로 묶는다. 이 점에서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단편적 시편들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긴 영적 순례기이다.
4. 이미지 계열 : 숨소리, 밀알, 씨앗, 먼지, 지구여행
이 시집의 이미지는 화려하거나 난해하지 않다. 오히려 매우 일상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 소박함이 시집의 신앙적 진정성을 형성한다. 시인은 추상적인 교리를 관념 그대로 제시하지 않고, 숨소리, 밀알, 씨앗, 먼지, 보호목, 새끼손가락, 마네킹, 저울, 통장 같은 구체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숨소리”이다. 숨은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징표이다. 시인은 인간의 숨뿐 아니라 하늘, 이슬, 싹의 숨소리까지 듣는다. 이때 숨소리는 피조세계 전체의 생명성을 상징한다. 숨이 멎으면 생명은 떠나고, 숨이 이어지면 존재는 계속된다. 그러나 시인의 숨소리는 단지 생물학적 호흡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의 숨소리이며, 하나 됨의 숨소리이다. 거짓은 소란스럽지만 생명이 없고, 진실은 조용하지만 숨을 쉰다.
“밀알”과 “씨앗”의 이미지는 자기 비움과 생명의 확장을 상징한다. 밀알은 땅에 묻혀 죽은 듯 보이지만, 그 침묵 안에서 생명을 품는다. 씨앗은 작고 보이지 않지만 내일을 여는 가능성이다. 시인은 밀알과 씨앗을 통해 신앙적 삶의 방식을 말한다. 참된 생명은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심기며, 시간 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이것은 시인의 시학이 화려한 언어의 과잉보다 조용한 진실의 축적을 중시한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먼지” 이미지는 인간의 유한성을 압축한다. 먼지는 낮고 작고 흩어진다. 시인은 성공도 먼지, 실패도 먼지, 너도 먼지, 나도 먼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먼지의 이미지는 허무주의로 떨어지지 않는다. 성경적 인간 이해 안에서 먼지는 창조와 생명의 역설을 품는다. 인간은 먼지이지만, 하나님의 생기를 받은 먼지이다. 따라서 시인의 먼지 이미지는 자기 비하가 아니라 겸손의 언어이다. 인간은 먼지임을 알 때 비로소 잘난 척을 멈추고, 영원을 바라볼 수 있다.
“지구여행”은 이 시집의 가장 독창적인 생애 은유 가운데 하나이다. 인생을 여행으로 보는 관점은 익숙하지만, 시인은 그것을 “지구여행”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인간의 체류성과 귀향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지구는 집이면서 동시에 임시 숙소이다. 인간은 이곳에서 울고 웃고 사랑하고 상처받지만, 끝내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은유는 시집 전체의 죽음 이해를 부드럽게 만든다. 죽음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여행의 마침이며, 본향으로 향하는 전환점이다.
5. 대립 구조 : 진실과 거짓, 깊음과 얕음, 하늘과 땅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선명한 대립 구조 위에 세워져 있다. 진실과 거짓, 하늘과 땅, 영원과 세상, 깊음과 얕음, 하나와 둘, 감사와 불만, 생명과 죽음이 반복적으로 맞선다. 이러한 이항 대립은 시인의 세계 인식을 분명하게 만든다.
가장 강한 대립은 진실과 거짓이다. 시인에게 거짓은 단순한 말의 오류가 아니다. 거짓은 인간의 존재를 흐리는 힘이다. 거짓은 숨고, 속이고, 두 마음을 만들고, 진실을 바보로 만든다. 반대로 진실은 때로 밀려나고 무시당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있다. 이 대립은 도덕주의적 구호로만 읽히지 않는다. 시집 전체의 신앙적 논리 안에서 진실은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자세이다.
하늘과 땅의 대립도 중요하다. 땅은 문제의 자리이고, 하늘은 답의 자리이다. 그러나 시인은 땅을 무가치하게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땅 위의 삶을 성실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을 바르게 사는 것이 복이고, 지상 인생도 아름답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이 시집의 하늘 지향성은 현실 부정이 아니라 현실 정화의 원리이다. 하늘을 바라보기 때문에 땅을 더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깊음과 얕음의 대립은 인간 내면의 성숙 문제와 연결된다. 얕은 삶은 겉으로 드러난 성공과 감각적 즐거움에 머무는 삶이다. 깊은 삶은 시간과 영원을 함께 바라보며, 오늘의 선택을 본향의 빛 아래에서 성찰하는 삶이다. 이 점에서 시인은 단순한 위로자가 아니라 영적 분별의 안내자이다.
6. 돈과 욕망의 비판 : 세속의 저울을 흔드는 신앙 서정
이 시집에서 돈은 반복적으로 문제적 이미지로 등장한다. 「돈 줄기를 타고」, 「돈에 눈 뜬 사람」, 「돈의 저울 위에」 등에서 돈은 인간을 흔들고,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관계를 어그러뜨리는 힘으로 묘사된다. 시인은 돈 자체보다 돈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인간의 마음을 문제 삼는다. 돈에 눈뜬 사람은 태양도 별도 잊는다. 돈의 저울 위에 선 사회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갈라 세운다.
여기서 박병길의 시는 신앙적 사회비판의 성격을 얻는다. 그의 비판은 이념적 분석의 언어가 아니라, 신앙적 양심의 언어이다. 돈이 인간의 중심을 차지할 때, 인간은 하늘을 잃고 이웃을 잃고 자기 영혼을 잃는다. 시인은 바로 그 지점을 묻는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왜 인간은 더 높아지려 하는가. 나누면 좋은데 왜 쥐고 흔드는가. 이런 물음은 매우 소박하지만, 그 소박함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독자의 양심을 찌른다.
7. 죽음의 시학 : 끝이 아니라 본향으로 가는 문턱
박병길 시의 죽음 의식은 두려움과 소망이 함께 놓인 자리에서 형성된다. 그는 죽음을 감추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날, 내일이 없는 그날, 숨소리가 멎는 순간, 먼지로 돌아가는 인생을 반복해서 말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 이해는 어둡지 않다. 죽음은 끝이면서 동시에 건넘이다. 지구여행이 끝나면 본향이 있고, 생노병사의 길 끝에는 영원한 하나 됨이 있다.
이 점에서 시인의 죽음 시학은 기독교적 종말론의 언어와 깊이 맞닿아 있다. 죽음은 인간의 무력함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영원 안에서 새롭게 해석된다. 시인은 늙음과 죽음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까지 나아간다. 이것은 고통을 낭만화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이 생명의 마지막 파괴자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턱이라는 신앙의 고백이다.
특히 “지구여행”이라는 은유는 죽음의 공포를 순례의 이미지로 바꾼다. 인간은 지구에 영원히 정착한 소유자가 아니라, 잠시 머무는 여행자이다. 그러므로 내려놓음은 패배가 아니라 여행자의 자연스러운 자세가 된다. 빈손은 상실의 표시가 아니라 본향으로 돌아가는 자의 가벼운 준비이다.
8. 신앙 서정의 성격과 문학적 의의
『우리는 영원히 하나』의 문학적 성격은 신앙 서정, 윤리적 서정, 권면적 서정이라는 세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 시집은 신앙 서정이다. 시인의 언어는 하나님, 주님, 천국, 영원, 본향, 생명 길, 말씀 중심의 세계 안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이 신앙은 교리의 설명에 머물지 않고 삶의 언어로 번역된다. 돈, 통장, 저울, 보호목, 마네킹, 품앗이 같은 일상적 이미지가 신앙의 주제를 지탱한다.
둘째, 이 시집은 윤리적 서정이다. 시인은 아름다운 감정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바르게 살자, 진실하게 살자, 속이지 말자, 감사하자, 하나 되자고 말한다. 이 권면은 때로 직접적이고 반복적이다. 그러나 그 반복은 시인이 평생 붙들어온 삶의 기준을 드러낸다. 그의 시는 감상의 대상이기 전에 삶의 방향을 묻는 거울이다.
셋째, 이 시집은 권면적 서정이다. 박병길의 시적 화자는 독백하는 고독한 자아라기보다, 공동체를 향해 말하는 목회자적 화자에 가깝다. 그는 독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함께 울고, 때로는 본향을 가리킨다. 이 점에서 그의 시는 개인적 내면시와 구별된다. 그의 시는 혼자만의 방에서 끝나지 않고, 예배당과 거리와 공동체의 삶으로 걸어 나온다.
물론 문학비평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시집의 언어는 때때로 결론을 먼저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비유의 여백보다 메시지의 명료성이 앞서는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박병길 시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고유한 성격이다. 그는 애매함의 미학보다 분명함의 윤리를 택한다. 시적 모호성보다 신앙적 확신을, 언어의 장식보다 삶의 결단을 우선한다. 따라서 이 시집은 현대시의 난해한 실험성과는 다른 자리에서 읽혀야 한다. 그것은 삶의 끝자리에 선 사람이 마지막으로 붙드는 언어, 본향을 바라보는 사람이 이웃에게 건네는 권면의 언어로 읽힐 때 가장 깊이 열린다.
결론 : 영원한 하나 됨을 향한 지구여행의 노래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한 시인이 오래 걸어온 신앙의 길에서 길어 올린 고백의 시집이다. 이 시집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된 종소리처럼 반복해서 울린다. 진실하라. 속이지 말라. 감사하라. 돈의 저울에서 내려오라. 깊이 살라. 바르게 걸어가라. 그리고 주 안에서 하나 되라.
이 단순한 문장들은 세속의 소음 속에서 쉽게 낡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이 이 시집의 힘이다. 인간의 생이
복잡해질수록, 시인은 가장 근본적인 자리로 돌아간다. 숨소리로, 씨앗으로, 밀알로, 먼지로, 감사로, 본향으로 돌아간다. 시집 전체는 하나의 긴 귀향 서사이다. 분열된 세계에서 시작하여, 진실의 길을 지나, 죽음의 문턱을 건너, 영원한 하나 됨으로 나아가는 신앙적 귀향의 노래이다.
박병길 시인의 『우리는 영원히 하나』는 지상에서 영원을 연습하는 시집이다. 시인은 우리가 아직 완전히 하나 되지 못했음을 안다. 겉과 속이 다르고, 돈에 흔들리고, 거짓에 속고, 외로움에 무너지고, 죽음 앞에서 떨리는 존재임을 안다. 그러나 그는 그 흔들리는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인간을 향해 다시 말한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라고. 그 말은 현실을 부정하는 위안이 아니라, 현실을 넘어서는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이 있기에 오늘의 지구여행은 아직 아름답다.
이준영 / 목사, 시인, 신학박사. 시집“바람난 理性”“신의 숨소리”등과 “그리스도인의 자서전쓰기”의 저서.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이사장. 격월간“I am자서전”발행인. 한국원로목회자협회 사무총장. 선목교회 담임.
BEST 뉴스
-
[기고] 정직한 마음과 올바른 정체성을 위한 지혜
상임대표 서정형 ©사단법인 신바람 최근 정치와 종교, 사회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의 전쟁과 환경 파괴로 인한 기온 상승, 홍수와 가뭄 등 기후 위기는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인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불신하는 아... -
[인물동정] 최성모 박사, 세계로부천교회서 신앙과 자녀교육 간증
최성모 박사 간증 모습 최성모 박사가 오는 11월 15일(주일) 오전 11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100번길 9에 위치한 세계로부천교회(최선 목사)에서 신앙과 자녀교육을 주제로 간증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간증에서 최 박사는 신앙인으로서의 삶과 크리스천 CEO, 교회 권사로 섬기며... -
[기고] 기독문화선교회 설립자 故 황수관 박사 13주년을 맞이하면서!.
기독문화선교회를 설립하신 故 황수관 박사께서 소천하신지도 올 12월30일이 어느덧 13주기가 된다. 1945년 일본에서 태어나서 경주 안강에서 중 고등 과정 후 대구교대를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가, 야간으로 대구대와 경북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후, 경북 의대 연구원 과정을 마친 후, ...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교회
more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예술의...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